인사말

길 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군산에서 시작해 매향리, 서울 미 대사관, 평택 대추리, 용산 남일당, 제주 강정마을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주민들과 연대하며 살았습니다.

1997년 주한미군이 군산 민항기의 활주로 사용료를 인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군산미군기지를 가까이에서 접했습니다. 전투기로 인한 말할 수 없이 시끄러운 굉음, 미군 범죄,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습니다. 군산 시민들과 힘을 모아서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매향리 폭격장 폐쇄 운동, 불평등한 한-미 SOFA 개정운동,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까지 오게 됐습니다. 긴박했던 강정에서의 10년을 보내고 고향에 돌아와 보니 군산미군기지 확장으로 하제마을은 644세대 중 단 두 가구만 남아 있었습니다. 집들이 없어진 쓸쓸한 마을에 600년 팽나무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습니다. 평화를 위해 오랜 시간 길 위에 있었지만 마을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세월입니다.

마을이 없어질 때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높아졌습니다.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주한미군의 군사기지가 군사력이 강화되고 미국의 대 중국 전초기지로 작동하는 전쟁벨트가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군산이 이렇게 위험한 전쟁기지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미군기지와 그 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도록 시민들의 염원인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군산시민사회단체는 군산미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그리고 평화바람은 점점 군사화 되어가는 군산과 한반도의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서해안의 전쟁벨트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해 군산평화박물관을 개관했습니다.

군산평화박물관은 평화를 이루기 위해 싸우고 있는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함께 행동하고, 전 세계 민중과 연대함으로써 평화를 확산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한반도 서해안을 평화지대로 만들고, 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1년 7월
군산평화박물관
길 위의 신부 문정현